한선화 UST 명예교수
산책은 가장 느린 이동이지만, 가장 많은 것을 만나는 방식이다. 우리는 걷는 동안 풍경을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으며 생각의 흐름을 정리한다.
과학적으로도 산책은 의미 있는 활동이다. 일정한 보행 리듬은 뇌의 ‘기본 모드 네트워크(MDN)’를 활성화한다. 기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하면 뇌는 과거의 경험과 세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이는 자유로운 연상과 창의적인 생각으로 이어진다. 해마는 걷는 동안 활동이 증가해 기억 형성과 공간 인지에 관여하고, 걷는 길을 따라 떠오르는 단서들은 흩어진 생각을 다시 엮어 준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이 책상보다 산책길에서 더 나은 질문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찰스 다윈은 집 주변에 직접 만든 자갈길을 ‘생각의 길’이라 부르며 매일 걸었다. 그는 기록에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때 반드시 이 길을 걸었다”고 남겼다. 아인슈타인은 걷기가 명료함과 창의... open_in_new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