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먼저 암에 걸렸을 때 이미 한 차례 무너졌던 덕분일까요. 제가 암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땐 오히려 덤덤하더군요. 그때부터 우리는 생존 전략을 공유하는 ‘투병 전우’가 되었죠.
2013년 유방암 투병 중이던 아내 이은희 녹십자진단검사센터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왼쪽)와 김병천 교수가 함께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찍은 사진. 사진 김병천 교수
2013년 4월의 햇살은 따스했지만, 외과 전문의 김병천 교수의 손끝은 기이할 정도로 서늘했다. 평소 “난로처럼 따뜻하다”는 말을 듣던 그였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질적인 차가움이었다. 수만 명의 암세포를 도려내온 베테랑 의사의 직감이 머릿속에서 경보를 울렸다.
검사 결과는 잔혹했다. 가슴 속 흉선에서 발견된 7㎝의 거대 종양. 5년 생존율이 40%도 안 되는 흉선암 3기였다. 더 기막힌 현실은 그의 동료이자 아내 역시 유방암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의사 부부의 ... open_in_new [중앙일보]